스마트팜

한국형 스마트팜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현장 경험 기반 접근

blog-write 2025. 7. 15. 21:04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농업은 정부 주도의 디지털 전환 흐름 속에서 빠르게 스마트팜을 도입해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스마트팜 확산을 위해 수천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했고, 전국 지자체들도 청년농 유입과 농촌 활성화를 목적으로 스마트팜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비닐하우스 내부에 온도·습도·조도 등을 조절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설치하고, 원격에서 환경을 제어하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물 생육을 관리하는 스마트팜은 기존 농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미래 농업의 대표 모델로 홍보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한국형 스마트팜의 정착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기술적 완성도, 운영자 숙련도, 수익성, 유지 비용 등 다양한 요소에서 현실적인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으며, 스마트팜이 모든 농가에게 ‘희망의 기술’로 작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현장에서는 ‘한국형 스마트팜’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외국 기술을 그대로 들여오거나, 현장과 동떨어진 시스템이 설치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이제는 스마트팜을 단순한 디지털 농업의 도구로만 보지 말고, 우리 농촌의 현실에 맞는 ‘현장형 기술’로 진화시켜야 할 시기이다. 본문에서는 한국형 스마트팜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실제 운영 사례를 통해 분석하고, 그에 따른 실질적인 개선 방안들을 제시한다. 이 글은 단순한 기술 설명이 아니라, 현장 경험과 현실적인 시각을 반영한 구조로 구성되었다.

 

 

한국형 스마트팜

 

 

한국형 스마트팜의 주요 문제점: 겉만 IT인 스마트농업

 

현재 전국에 보급된 스마트팜 중 다수는 온실 내부에 몇 개의 센서와 자동 환기·관수 장치가 설치된 정도로, 표준화된 시스템이 아닌 단순한 하드웨어 중심의 자동화 농장이다. 이러한 형태는 스마트팜이라기보다는 기계화된 온실에 가까우며, 진정한 의미의 데이터 기반 농업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온도 자동 조절기’, ‘조도 감지기’, ‘타이머 관수기’ 등의 장치들이 각각 따로 작동하면서 통합 제어가 되지 않는 구조가 흔하다. 이로 인해 환경 데이터 수집은 되지만 활용이 어려운 이른바 ‘데이터 고아’ 상태가 발생한다.

또한, 한국형 스마트팜은 대부분 외국에서 개발된 시스템을 그대로 들여와 설치한 경우가 많다. 네덜란드, 일본, 이스라엘의 스마트팜 시스템은 고도화되어 있지만, 국내 농업 환경과 구조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효율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외국은 노동력이 비싸기 때문에 자동화가 경제적이지만, 한국 농촌은 여전히 가족 중심 소농이 많아 인건비 절감 효과가 작다. 더불어 외국 시스템은 대규모 농장에 최적화되어 있어 한국의 좁고 다양한 소형 온실 구조에는 잘 맞지 않는다.

운영자 숙련도 부족도 큰 문제다. 정부의 보조금을 통해 시스템을 설치했지만, 이후 운영자가 프로그램 설정, 오류 대응, 센서 재설정 등 실질적인 운용 능력이 부족하여 수개월 안에 ‘수동 모드’로 전환되거나, 시스템이 방치되는 사례가 많다. 농업인이 단순히 앱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센서 값이 의미하는 생리학적 작물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면 자동 제어는 의미가 없다.

결국, 한국형 스마트팜은 시스템은 설치되었지만 ‘스마트하게’ 운영되지 않는, 형식적 디지털화에 그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단기적 시연에는 성공하더라도 지속적인 농가 수익 증가에는 기여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현장에서 체감되는 실질적 어려움: 유지비용, 고장, 데이터 부재

 

스마트팜을 도입한 농가들이 가장 먼저 호소하는 문제는 유지보수 비용이다. 자동화 설비는 정밀한 전자장비가 포함되어 있어 고장이 자주 발생하고, 수리에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 농촌 지역에서는 A/S 지연이 빈번하고, 한 번 수리할 때마다 수십만 원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농민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된다.

게다가 설치 이후 1~2년이 지나면 센서가 정확한 값을 전달하지 않거나, 펌프 고장, 배관 누수, 앱 연동 오류 등이 반복된다. 하지만 정기적인 점검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많은 농가가 이로 인해 시스템 일부만 사용하거나, ‘전원만 켜놓고’ 실질적인 제어는 하지 않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두 번째는 데이터의 수집은 되지만, 분석과 활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스마트팜 시스템은 온도, 습도, EC, pH, CO₂ 등의 데이터를 시간 단위로 저장하지만,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이 데이터를 엑셀로 확인하거나 저장도 하지 못한 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데이터 해석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온실 내부 온도가 매일 1~2도 차이가 나더라도, 어떤 요소가 문제인지 판단할 수 없으면 데이터는 무용지물이 된다.

또한, 농업 관련 전문 기술 인력이 지역 내 부족하고, 교육을 받아도 실제 농장 조건에 맞는 응용 방법이 교육되지 않아 실효성이 낮다. 결국 스마트팜은 수치상으로는 ‘자동화 운영 중’이지만, 작물 생장 상태는 기복이 크고 품질은 일정하지 않게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세 번째 문제는 운영자가 시스템에 종속되는 구조가 된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효율적 운영’을 목표로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오류나 문제 발생 시 즉시 대응이 어려워 농가가 시스템을 의존하면서도 불안한 상태가 된다. 자칫 잘못된 설정으로 관수가 과다하게 되거나, 보일러가 과열되는 경우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개선 방안 : 스마트팜 현장 밀착형 시스템 재설계

 

스마트팜의 진정한 정착을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현장 중심의 기술 설계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기존 시스템은 설계 단계부터 개발자 중심, 공급자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앞으로는 농가의 운영 습관, 지역의 환경 조건, 작물의 특성에 따라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유연한 구조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500평 비닐하우스를 운영하는 상추 재배 농가는 고온기에 환기와 차광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전자동 시스템이 아닌 ‘시간대별 자동 조절+수동 보완’ 혼합형이 가장 효율적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농가에 일률적인 온실 자동화 풀패키지를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 요소 중심의 모듈형 설계 방식이 더 효과적이다.

또한, 유지보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기반 스마트팜 기술지원센터 구축이 시급하다. 현재는 A/S가 외부 기업 또는 수도권 본사에 의존되어 있는데, 이를 지자체 단위에서 관리하고, 기초적인 유지보수와 센서 교체, 오류 진단을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지역 내에 배치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도 연결될 수 있으며, 지역 농가와 기술 전문가 간의 신뢰 기반 협력 관계도 강화될 수 있다.

무엇보다 스마트팜의 핵심은 ‘데이터’이다. 따라서 데이터 수집만으로 끝내지 않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각화 플랫폼과 맞춤형 작물 분석 리포트를 제공해야 한다. 센서 데이터가 단순 숫자로 나열되는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온실이 더워졌습니다. 2시간 후 자동 환기 예정입니다’와 같이 언어 기반 인터페이스를 갖추면 농업인이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개선 방안 : 스마트팜 농민 중심 교육과 운영 구조 혁신

 

스마트팜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운영자 역량 강화가 필수이며, 이를 위한 교육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스마트팜 교육은 이론 위주, 기술 설명 위주였다면, 앞으로는 실제 온실 환경에서 반복 훈련이 가능한 현장 중심 교육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작물 생육 상태에 따른 환경 조정 실습, 오류 시 응급 대응 훈련, 데이터를 활용한 병해 예측 등의 문제 해결형 실습 교육이 운영자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

또한, 청년농과 고령농의 교육 방식은 달라야 한다. 청년층은 디지털 이해도는 높지만 농업 경험이 부족하고, 고령농은 경험은 풍부하나 스마트기기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세대별 맞춤형 교육 콘텐츠와 멘토링 구조를 도입해 운영 능력을 점진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수익성 중심의 스마트팜 도입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기술 도입’ 그 자체가 목표였지만, 앞으로는 기술이 얼마나 농가 수익에 기여했는지를 평가하고, 보조금 집행도 이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팜 도입 후 생산량 변화, 품질 균일도, 노동시간 감소 효과 등을 수치화하여 성과 기반 지원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한국형 스마트팜은 이제 기술 중심에서 농민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그 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자와 지역 환경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고, 교육하고, 유지할 수 있느냐가 성공의 핵심이다. 앞으로의 스마트팜은 ‘똑똑한 장비’가 아닌 ‘지속가능한 농업 구조’를 만드는 시스템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