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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

고지대·한랭지에서 스마트팜을 도입할 때의 장단점

기후 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심화됨에 따라, 안정적인 식량 생산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내에서도 강원도, 경북 북부, 전북 무주 등과 같은 고지대 및 한랭지는 재배 가능한 기간이 짧고 기후 변동성이 커서 농작물의 품질과 수확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기존의 농업 방식으로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한계가 명확하며, 병해충·기상이변·인력난 등의 복합 문제가 더해져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받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고지대 농업의 대안으로 스마트팜(Smart Farm)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팜은 ICT(정보통신기술),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농업에 접목시켜, 외부 환경에 의존하지 않고 작물 생장에 최적화된 조건을 자동으로 조성해주는 농업 혁신 시스템이다. 고지대처럼 재배 조건이 까다로운 환경에서 스마트팜은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니라, 필수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기대만큼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그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해당 지역의 특수성과 맞물리는 운영 전략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스마트팜 도입

 

고지대 및 한랭지 스마트팜 도입의 장점: 환경을 기회로 만드는 기술

고지대는 평균 해발 고도가 400m 이상인 지역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낮은 기온과 강한 일교차, 높은 습도, 불규칙한 강우량이 특징이다. 이로 인해 고지대에서의 농업은 병해충이 적게 발생하고, 작물의 당도가 높은 경향을 보인다. 특히 고랭지 채소로 알려진 상추, 배추, 무, 감자 등은 고온기 평지에서 재배한 작물보다 조직이 단단하고, 맛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스마트팜 기술은 이러한 기후적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설계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름철에도 평균 기온이 20도 내외로 유지되는 고랭지의 기후 특성을 이용하면 냉방비 부담 없이도 서늘한 환경에서 생장에 유리한 작물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다. 또한 해충 발생 빈도가 낮기 때문에 농약 사용량을 최소화할 수 있어, 무농약·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기에도 유리하다. 이는 소비자에게 고품질 프리미엄 상품으로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더불어 고지대는 대기오염도가 낮고, 산업단지나 대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공기 중 유해 물질이나 토양 중 중금속 등의 위험도 낮다. 이 점은 작물의 저장성과 신선도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ICT 기술로 자동화된 온실 내부에서는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조도, 관수량 등을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자연 조건을 최대한 유리하게 유지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동일 품종이라도 고지대 스마트팜에서 재배된 작물은 품질이 일정하고, 브랜드화 가능성도 높다. 지역 특산물로 자리잡은 고랭지 감자나 고랭지 배추의 사례가 그 예다.

또한 고지대는 지형 특성상 산비탈이나 경사지가 많아, 기계화 농업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하지만 스마트팜은 수직 구조, 자동 레일, 수경재배 모듈 등을 통해 기계화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지형적 한계를 오히려 이점으로 전환할 수 있다. 스마트팜 시설 내에서는 좁은 공간에서도 고밀도 재배가 가능하고, 계절의 제약 없이 연중 작물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고지대의 농업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된다.

 

고지대 스마트팜의 한계: 기술 이전의 벽과 비용의 부담

 

스마트팜이 고지대 농업의 여러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실제로 이를 도입하는 데는 여러 장벽이 존재한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문제는 높은 초기 투자 비용이다. 스마트팜 시설은 일반 하우스보다 고급 자재와 정밀 제어 장비, 자동화 설비, IT 인프라가 포함되어야 하므로, 설치비용이 많게는 수억 원에 달한다. 고지대에서는 추가적으로 전력공급을 위한 배선 작업이나, 통신망 구축을 위한 별도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겨울철 혹한과 적설량이 많기 때문에, 일반적인 하우스 구조로는 내구성이 부족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내한설계나 난방 설비 강화는 또 다른 비용 요소가 된다.

두 번째 문제는 에너지 소비량이다. 고지대는 여름에는 냉방비가 줄어들 수 있지만, 겨울철 난방비는 크게 증가한다. 일반적인 스마트팜에서는 1년 중 40% 이상의 운영비가 에너지 비용으로 소모되는데, 고지대에서는 난방 수요가 2~3배에 달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태양광이나 지열 에너지와 연계한 에너지 자립형 스마트팜 모델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기술적 노하우와 시설 자금 확보가 병행되어야 한다.

세 번째 문제는 전문 인력 확보의 어려움이다. 스마트팜은 단순히 비닐하우스를 지어 작물을 심는 수준이 아니라, 시스템 유지 보수, 데이터 분석, 원격 제어 등의 고급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고지대 지역은 대체로 고령화가 심각하고 청년 유입이 적어, 이러한 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 교육받은 청년이 유입되더라도 정착률이 낮고, 지역 사회와의 갈등 요소가 발생하기도 한다. 네 번째는 물류 접근성이다. 고지대는 평지보다 유통 경로가 길고, 물류비가 상승하는 구조다. 스마트팜을 통해 생산량을 늘린다 하더라도, 최종 소비자에게 가기까지의 공급망이 효율적이지 않으면 판매 단가가 떨어지고, 수익성은 저하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고지대에서 스마트팜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술 도입뿐 아니라 지역 맞춤형 인프라 개선, 정책 지원, 유통 구조 개선이 종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기술 기반 해법: 고지대 스마트팜의 성공 전략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현재 다양한 기술 기반의 대안이 모색되고 있다. 가장 먼저 시도되고 있는 것은 모듈형 스마트팜 시스템의 도입이다. 이는 기존의 대형 유리온실 대신, 컨테이너 형태의 수직 농장 또는 소규모 자동화 유닛을 지역에 맞게 조립·설치하는 방식이다. 모듈형 스마트팜은 시공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고, 확장성도 뛰어나며 유지보수가 간편하다. 특히 고지대처럼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모듈 단위로 트럭에 실어 운반 후 설치할 수 있어 매우 효율적인 방식이다.

두 번째 전략은 에너지 최적화다. 현재 일부 농업 법인에서는 고지대 스마트팜에 태양광 패널을 장착해 전력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또 다른 예로는 지열 히트펌프를 이용해 난방비를 최대 40% 이상 줄이는 사례도 존재한다. 특히 폐열 회수 시스템을 이용해 스마트팜 내부 온도를 유지하는 기술도 점차 보급되고 있으며, 이는 한랭지에서 더욱 효과적이다. 세 번째는 데이터 기반의 재배 최적화 시스템 도입이다. 작물 생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AI가 최적의 생장 조건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경험 부족한 농가도 전문가 수준의 재배 환경을 구현할 수 있어 고지대에서도 숙련도에 관계없이 성공적인 재배가 가능해진다.

또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스마트팜 운영 인력을 위한 청년 귀농인 맞춤형 교육 과정을 개설하고, 임대형 스마트팜 시범 단지를 조성해 농가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예를 들어 전북 무주군과 경북 봉화군은 해발 600m 이상 고지대 지역에 스마트팜 교육센터를 설립하고, 연간 수백 명의 교육생을 배출하고 있다. 이는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주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농업과 기술을 접목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고지대 스마트팜의 미래: 지속 가능성과 정책의 방향

 

고지대 스마트팜은 단순히 고난이도의 농업 기술이 아니라,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전략적 농업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앞으로는 단일 농가 차원을 넘어, 지역 단위의 스마트팜 클러스터화가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 이는 생산, 유통, 가공, 교육, 연구까지 통합된 시스템으로, 고지대 지역의 자생력과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예컨대, 스마트팜 단지와 연계한 에너지 자립형 마을이나, 로컬푸드 직거래 플랫폼, 농촌 체험 관광 연계 모델 등이 그 예다.

정책적으로도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지자체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스마트팜 보급 확대 사업, 청년농 창업 지원 정책, 지역균형 뉴딜 등과 연계하여 고지대에 특화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정부는 단순한 보조금 지급을 넘어, 스마트팜 기술을 표준화하고, 지역 맞춤형 모델로 변형할 수 있도록 유연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고지대 스마트팜의 성공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공유함으로써, 타 지역으로의 확산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고지대와 한랭지에서의 스마트팜은 위험과 기회의 경계에 서 있다. 기술은 이미 존재하며,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역 여건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기후 변화와 인구 구조의 변화 속에서, 스마트팜은 농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끄는 실질적인 해답이 될 수 있다.